타오위안 파업 결과

타오위안 파업은 예정대로 24시간으로 끝났습니다.
10월 22일 오전 9시에 시작해 23일 오전 9시에 종료.
연장 소식은 없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대만 중앙통신사 보도에 따르면 실제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노조 간부 11명이었습니다.
찬성표는 1,994명이었는데, 실제로 나간 사람은 11명.

생산 차질을 보여주는 증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고 사격'이라는 해석이 그대로 들어맞은 셈입니다.

더 큰 변화는 타이중에서 나왔습니다.
마이크론은 파업 전날인 21일 타이중 노조와 합의했고, 22일 조정 절차와 파업 투표는 취소됐습니다. 본편이 시작되기 전에 막을 내린 겁니다.

합의 내용을 보면 마이크론 쪽이 꽤 다급해보입니다.

  • 성과급 재원: 분기 순이익에서 다음 분기 예상 설비투자를 뺀 금액. 절반은 1년 뒤 받는 주식, 절반은 현금
  • 연봉: 노조 추산으로 신입 엔지니어 최대 연봉이 약 145만 대만달러(FY2025)에서 약 400만 대만달러(FY2027)로
  • 연금 적립률 8% → 10%, 교대근무 수당 대폭 인상
  • 적용 범위: FY2027부터 전 세계 마이크론 직원

타오위안 쪽은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21일 협상에서 핵심 요구 4개 모두 합의하지 못했고, 노조는 여전히 영업이익 15% 배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9월에 받은 1인당 100만 대만달러의 일회성 보너스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이 결과를 앞의 이야기에 대입해보면 이렇습니다.

반사이익은 계산대로 사실상 없었습니다.

대신 '반사비용'이 어디서 시작됐는지가 드러났습니다.

사실 이 숫자의 출발점은 한국입니다.
대만 노조가 내건 구호부터가 "삼전닉스처럼"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영업이익의 약 10.5%를 특별성과급으로 충당하고, SK하이닉스도 이익에 연동한 성과급을 주는 걸 보고 대만 직원들이 15%를 들고 나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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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한국이 기준을 세운다 → 대만 노조가 그 기준을 인용한다 → 마이크론이 이익 공유 제도를 도입한다 → 타오위안이 15%를 받아내면, 그 숫자가 다시 한국 임금협상의 기준점이 된다

다만 타이중 합의안 자체는 한국을 다시 자극할 수준은 아닙니다. 재원이 '순이익 - 설비투자'라서, 설비투자를 크게 늘리는 지금은 생각보다 작아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절반은 1년 뒤에 받는 주식입니다. 이제 공은 타오위안의 15%로 넘어갔습니다.

여기에 한국 안의 비교도 겹칩니다. 삼성 DS와 SK하이닉스 사이의 성과급 격차는 마이크론 뉴스가 없어도 서로를 끌어올리는 힘입니다.

메모리 3사가 서로의 성과급을 기준 삼아 비율을 끌어올리는 경쟁이고, 그 출발점이 한국입니다. 이번 타이중 합의는 그 경쟁이 국경을 넘어 돌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성과급 재원을 '순이익 - 설비투자'로 정한 것도 봐두셔야 합니다.
메모리 가격이 꺾여 이익이 줄면 재원이 곧바로 줄어듭니다. 호황에 올라간 기대치와 불황에 줄어드는 재원이 부딪히는 순간, 갈등은 다시 불거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확인할 다섯 가지

1. 타오위안 노조의 다음 수: 파업은 끝났지만 협상은 결렬 상태입니다. 노조는 사측 제안에 대한 조합원 의견을 모아 다음 대응을 정하겠다고 했습니다. 타이중 조건(순이익 - 설비투자)을 받아들일지, 15%를 고수하며 2차 파업을 예고할지가 관건입니다. 다만 1차 파업 참여가 11명이었던 만큼, 2차 파업이 나오더라도 공급 뉴스보다는 협상 뉴스로 읽는 게 맞습니다.

2. 다음 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컨콜에서 나올 '이익 공유' 질문: 타이중 합의로 마이크론발 공급 리스크는 사라졌습니다. 이제 관심은 한국이 세운 성과급 기준이 어디까지 올라가느냐로 옮겨옵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상반기 영업이익의 약 10.5%를 특별성과급으로 충당했고, 그중 일부는 재고자산에 잡혀 3분기부터 매출원가로 나온다고 했습니다. 하반기 충당 규모와 4분기 원가 부담, 그리고 앞으로의 성과급 정책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들어보세요.

3. D램 현물가격이 반응하는가: 현물가는 계약가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현물가가 조용하다면 실제 구매자들은 이 파업을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4. 마이크론이 생산 영향을 공식으로 언급하는가: 지금까지는 "직원의 합법적 권리를 존중하고 건설적으로 대화하겠다"는 말뿐입니다.

5. 다음 주 실적발표의 '전망': 삼성전자는 3분기 숫자(잠정 영업이익 107.4조 원)가 이미 나왔기 때문에, 확정실적 컨콜에서 나올 4분기와 2027년 수급 전망이 핵심입니다. SK하이닉스는 10월 27일 실적발표와 컨콜을 함께 진행합니다. 두 회사 모두 반사이익 질문에 "추가 물량 여력이 있다"고 답하는지, "가격과 고객 관계 관점에서 본다"고 답하는지가 포인트입니다. 4분기 출하 가이던스와 가격 상승률이 얼마나 줄었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뉴스는 '경쟁사가 멈췄다'고 말했지만 숫자는 '하루, 만분의 1' 수준이었으며, 이후 '이익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