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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보기미국 원유 재고의 착시, 40년 만의 경고가 시작됐다
10월 2일까지 발표된 미국 상업 원유 재고를 살펴보면 현재 원유 수준은 5년 평균 수준입니다. 상업재고 숫자만 보면 걱정할 건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7개월 동안 그 숫자를 지켜준 건 정부 비축유였고, 그 비축유 방출이 9월부터 사실상 멈췄다는 점이 앞으로의 체크 포인트입니다. ① 상업 재고, 겉으로는 멀쩡하다 10월 2일 기준 미국 상업 원유 재고(SPR 제외)는 4억 2,413만 배럴입니다. 2021~2025년 같은 주 평균은 4억 2,143만 배럴로 오히려 0.6% 많습니다. 그런데 7월만 해도 상황이 달랐습니다. 7월 24일 상업 재고는 4억 451만 배럴로 5년 평균보다 3,000만 배럴, 약 7% 적었습니다. 그런데 그 격차가 8월 들어 한 번에 메워졌습니다. 8월 7일 한 주에만 +1,742만 배럴이 늘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고는 괜찮다”가 맞는 말인데, 문제는 이 숫자가 어디서 왔느냐입니다. ② 비축유로 지킨 원유 수급 3월 6일부터 10월 2일까지 미국 원유 재고는 상업과 비축유를 합쳐 1억 5,143만 배럴 줄었습니다. 이 중 1억 3,246만 배럴이 비축유였고 상업 재고 감소는 1,897만 배럴에 불과합니다. 비축유는 2023년 10월 3억 5,127만 배럴에서 2026년 3월 4억 1,544만 배럴까지, 2년 반 동안 6,417만 배럴을 다시 채웠습니다. 그러나 올해 7개월 동안 빠진 양은 그 두 배가 넘습니다. 같은 3년 동안 상업 재고는 4억 1,000만~4억 6,000만 배럴 범위를 오갔고, 올해도 7월 저점 한 번을 빼면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구조는 단순합니다. 정부가 비축유를 방출하면 그 원유는 정유사와 트레이더 손으로 넘어가 상업 재고로 잡힙니다. 호르무즈 사태로 중동산 공급이 막히고 미국산 원유 수출이 사상 최대(4월 24일 주 하루 644만 배럴)를 찍는 동안에도 상업 재고가 크게 무너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비축유가 뒤에서 계속 채워 넣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합계로 보면 1984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상업 재고라는 겉 계좌는 정상인데, 그걸 받쳐주던 예비 계좌가 40년 만의 바닥까지 내려왔습니다. ③ 완충재가 꺼졌다 비축유 방출 속도를 보면 흐름이 분명합니다. 5~6월에는 매주 평균 800만 배럴씩 나갔습니다. 5월 15일 주의 992만 배럴은 비축유 역사상 최대 주간 감소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4주 평균은 59만 배럴로 사실상 방출이 멈췄습니다. 3월에 승인된 방출 물량은 1억 7,200만 배럴이었고, 지금까지 약 1억 3,250만 배럴이 나갔으니 남은 몫은 4,000만 배럴 안팎입니다. 정부가 별도로 4,000만 배럴 대여를 제안했다는 보도도 있는데, 이 물량이 실제로 풀리기 전까지는 수요와 수출을 상업 재고가 직접 감당해야 합니다. 그 첫 신호가 이번 주에 나왔습니다. API 집계 상업 원유 재고는 시장 예상 +190만 배럴과 정반대로 −1,112만 배럴 감소했습니다. EIA 발표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되면 상업 재고는 약 4억 1,300만 배럴로 내려삽니다. 같은 시기 5년 평균보다 1,400만 배럴(약 3%) 적은 수준인데, 8월에 겨우 메운 격차가 한 주 만에 다시 벌어지는 셈입니다. *호르무즈 이슈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GFS Pride(2,824TEU)가 침몰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선박이 기뢰에 부딪혀 폭발했다고 주장했고, 싱가포르 해사항만청은 피격과 침몰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선원 21명은 모두 대피했습니다. 같은 선사의 자매선 GFS Giselle도 피격됐고, 몇 시간 사이 선박 4척이 공격받았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전날 하루 1,900만 배럴의 원유가 해협을 통과했다며 통제권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원유가 지나가는 것과 선주와 보험사가 안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④ 유가 안정을 말하기엔 이르다 WTI는 다시 95달러대로 올라왔습니다. 유가 불안을 말하기엔 재고 수준만 보면 과한 우려인가 싶을 수 있지만, 지금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는 건 재고의 현재 수준이 아닙니다. 더 이상 메워줄 곳이 없는 상태에서 공급 위험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