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가 말하는 것
전자신문은 10월 26일자 1면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A 물량 조정안을 공급망에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4분기 부품 주문량이 연초 계획 대비 약 20% 줄었고, 연간 기준으로는 약 1000만대 감소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 설명입니다.
- 감산 규모: 4분기 약 20%, 연간 약 1000만대
- 내년 기조: 갤럭시A 10% 이상 감산
- 원인 1: 메모리 가격 급등, 중저가폰 원가에서 메모리 비중이 절반을 넘기도 함
- 원인 2: PCB·MLCC 원자재가 AI 반도체용으로 우선 배정되며 스마트폰용 확보 난항
- 전략: 갤럭시S·Z 플래그십에 부품과 원자재 집중
- 배경: MX사업부 올해 적자로 비상
갤럭시A는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삼성 연간 출하량은 2억3000만~2억4000만대입니다. 같은 날 실린 관련 기사는 인도·동남아·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빈자리를 가져갈 수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팔수록 손해가 된 원가 구조
감산의 출발점은 수요가 아니라 원가입니다. 2분기 MX·네트워크 매출은 33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3.7%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3조1000억원 흑자에서 7000억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2011년 집계 이후 첫 분기 적자입니다. 회사는 S26 수요가 견조했고 A시리즈 판매도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많이 팔았는데 적자가 난 것입니다.원가 상승 폭이 저가폰에서 가장 크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카운터포인트는 상반기에 이미 모든 가격대에서 메모리 비용이 AP(SoC) 비용을 넘어섰다고 분석했습니다. 플래그십은 가격을 올려 일부를 넘길 수 있지만,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신흥시장의 A시리즈는 그게 어렵습니다. 카운터포인트도 저가 구간의 급격한 가격 인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삼성은 중국 업체보다 부품 조달에서 유리한 위치를 활용해 지금까지 A시리즈 물량을 지켜왔습니다. 상반기 점유율은 21.8%로 애플(20.9%)을 앞섰는데, 그 전략의 비용이 2~3분기 MX 적자로 청구된 셈입니다.
진짜 속내: MX가 아니라 삼성 전체의 배분 결정
기사는 MX사업부의 고육지책으로 그리지만, 그룹 전체로 보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잠정치는 107조4000억원이고, 증권가는 이 중 DS가 102조~110조원을 벌었다고 추정합니다. 같은 분기 MX는 1조원대 적자로 추정됩니다.같은 D램 한 장을 A시리즈에 넣으면 MX 적자가 커지고, 서버로 보내면 DS에서 최고 마진이 납니다. 삼성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번 감산은 MX가 혼자 내린 결정이라기보다 메모리를 어디에 쓸지에 대한 그룹 차원의 정리로 읽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회사가 밝힌 내용이 아니라 필자의 해석입니다.
PCB·MLCC 이야기도 같은 구조입니다. 부품사 입장에서 AI 서버용 기판과 고용량 MLCC가 단가가 높으니 스마트폰용이 뒤로 밀립니다. 칩플레이션은 메모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자부품 전반에서 AI가 소비자 기기 몫을 밀어내는 현상입니다.
기사에서 가장 무게가 실린 문장은 "내년에도 10% 이상 감산"입니다. 삼성 경영진이 메모리 부족이 2027년까지 간다고 보고 생산 계획을 짠다는 뜻입니다.
반대편 시각: 과대해석을 경계할 이유
"20% 감산"이라는 헤드라인만 보면 삼성 스마트폰이 실적이 무너지는 그림이 떠오르지만, 몇 가지는 걸러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① 규모는 헤드라인보다 작다.
연 출하량 2억3000만~2억4000만대 중 A시리즈를 70%로 잡으면 약 1억6000만대입니다. 1000만대는 A시리즈의 약 6%, 전체의 약 4% 수준입니다. 4분기 A 물량을 4000만대 안팎으로 보면 20%는 800만대 수준이라, 연간 1000만대에는 3분기 조정분이 섞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② 기준점이 "연초 계획"
출처는 익명의 업계 관계자이고, 회사가 공식 확인한 숫자가 아닙니다. 연초 계획 자체가 시장 위축 전망이 본격 반영되기 전에 짜였다면, 감산의 상당 부분은 업계 전반의 하향 조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글로벌 출하가 14.3% 줄어든다고 보고 있습니다.
③ 중국 업체의 반사이익은 제한적
관련 기사는 샤오미·트랜션 등이 빈자리를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2분기에 샤오미·오포·비보는 모두 두 자릿수 출하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중저가 비중이 높은 이들이 메모리 가격에 더 취약합니다. 빈자리를 누가 채우기보다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그림으로 보입니다.
④ 1위 경쟁은 여전히 삼성에 유리할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삼성이 공급망 강점으로 올해 1위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모두가 줄이는 시장에서 덜 줄이는 쪽이 이깁니다.
⑤ 감산은 MX에 오히려 호재일 수 있다
손실 나는 물량을 덜어내면 4분기 이후 적자 폭이 줄어듭니다. 주가 관점에서는 "점유율 하락"보다 "MX 적자 축소"가 먼저 숫자로 확인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메모리 사이클 관점: 강세 논리와 경고 신호가 같이 있다
과거 사이클에서 세트 업체 감산은 메모리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의 선행 신호였습니다. 이번은 순서가 반대입니다. 수요가 꺼져서 세트를 줄이는 게 아니라, 메모리가 모자라고 비싸서 세트를 줄입니다.① 강세 논리: 공급자 우위는 여전하다
• A시리즈가 덜 쓰는 비트는 서버와 AI용이 바로 흡수한다. 감산이 곧바로 메모리 재고로 쌓이는 구조가 아니다.
•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 고정거래가가 전분기보다 약 20% 더 오른다고 본다. 가격 수준은 아직 올라가고 있다.
• 엔비디아 젠슨 황은 2029년까지 메모리 공급 과잉 징후가 없다고 언급했다(전자신문 10월 23일 보도 제목 기준).
② 경고 신호: 모바일이 가장 먼저 흔들린다
• 상승률 감속. D램 고정거래가 상승률은 2분기 약 80%, 3분기 약 40%, 4분기 약 20%로 꺾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구매력 약화와 LTA 가격 상한의 점진적 적용을 이유로 든다.
• 모바일은 장기계약 밖에 있다. 3분기 모바일 D램 계약가 상승률은 8~13%로 직전 분기보다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2분기 LTA 설명에서도 모바일 D램은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세트 감산이 가격 협상에 가장 먼저 반영될 수 있는 영역이다.
• 탑재량 다운그레이드. 카메라,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메모리 구성까지 사양을 낮추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기사 말미의 "사양은 낮추고 가격은 오른 신제품"이 그 예고다. 대당 탑재량 증가가 둔화되면 모바일 비트 수요는 출하량 감소보다 더 크게 줄 수 있다.
• 소비자 수요라는 바닥이 얇아진다. 지금은 AI 수요가 모든 걸 받치지만, AI 투자가 둔화되는 순간 모바일·PC가 받쳐줄 바닥이 약하다. 교체 주기가 늘어난 소비자 수요는 다운사이클의 완충재 역할을 하지 못하고, 하락 폭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미뤄진 교체 수요는 다음 업사이클의 재료가 됩니다. 카운터포인트는 부품 수급이 풀리는 2028년에 스마트폰 출하가 약 4.8% 반등한다고 보았습니다. 사이클의 정점은 여전히 서버·AI 투자 쪽에서 판단해야 하지만, 모바일 D램 계약가는 4분기부터 내년 1분기 사이에 상승세가 먼저 멈추는 품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