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미국 고용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쇼크였습니다.

신규 고용 2만9천 명. 시장이 기대한 9만 명의 3분의 1토막입니다.

실업률은 4.2%로 올랐고, 지난 두 달 치마저 6만 명이나 깎여 내려갔습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10월 금리 인상 확률이 일주일 만에 64%에서 23%로 추락했습니다.

'10월 동결'이 거의 확정되는 분위기입니다. 


자, 여기서 교과서를 펴봅시다

미국이 금리를 안 올린다?

그럼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고,

엔을 팔아치우던 힘이 약해지니,

엔은 강해져야 맞습니다.

엔이 드디어 반등하겠구나!


그런데 말입니다.

엔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지독하게, 약세였습니다.

분명 엔이 강해질 재료가 나왔는데 말입니다.

바로 여기에, 대부분의 투자자가 놓치는 핵심이 숨어 있습니다.


금리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습니다

우리가 "금리"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그것은, 사실 두 개입니다.

하나는 단기금리. 당장 연준이 어떻게 할지를 비춥니다.

하나는 장기금리. 몇 년 뒤의 경제와 물가까지 꿰뚫어 봅니다.

그리고 환율을 진짜로 움직이는 건, 단기금리가 아니라 장기금리입니다.


이번 고용 쇼크로 '10월은 쉰다'는 기대가 퍼지며 단기금리는 내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장기금리, 미국 10년물은? 5.2%대에서 꿈쩍도 안 했습니다.

엔이 안 세진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단기 기대는 꺾였지만, 환율의 진짜 방아쇠인 장기금리차가 좁혀지지 않은 겁니다.

왜 고용이 식었는데도 장기금리가 버틸까요? 이유는 셋입니다.

유가가 다시 100달러(브렌트유 기준)를 넘어 물가 불안에 불을 지폈고,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으며, 

이번 고용 부진마저 '일시적'이라는 해석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지점이 나옵니다. 

장기금리가 안 꺾인다는 것. 이건 엔 약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장 전체의 문제입니다.

장기금리는 세상 모든 자산의 '기준점'입니다.

이게 높게 버티면, 사방에서 동시에 피가 마릅니다.

성장주와 반도체 같은 고밸류 주식은 미래 이익을 끌어다 평가받는데, 장기금리가 높으면 그 미래의 가치가 쪼그라듭니다. 

안전하다던 채권마저 값이 떨어져 평가손실을 안깁니다.

기업과 가계의 대출 비용이 치솟아, 투자와 소비가 얼어붙습니다.

즉 엔 약세는 병의 증상일 뿐이고, 진짜 병은 '꺾이지 않는 장기금리가 시장 전체를 짓누르는 것'입니다.


지금 시장은 가장 위태로운 줄타기 중입니다

고용은 식는데(경기 둔화) + 장기금리는 높고(긴축) + 유가는 오릅니다(물가).

이 셋이 겹치면, 가장 무서운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경기는 식는데 물가는 오르는,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그런데도 증시가 아직 버티는 건, AI·반도체라는 엔진이 돌고 경기가 아직 침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이걸 "뉴노멀에 적응 중"이라 부릅니다. 높은 금리를 견디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긴축은 언제나 다음 폭발의 씨앗을 심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진짜 봐야 할 것은

'연준이 쉬느냐'가 아닙니다.

미국 장기금리가 진짜로 꺾여 내려오는가 오직 이것 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둘로 갈립니다.

좋은 길은 고용 둔화가 완만히 확인되고 유가가 안정되며 장기금리가 부드럽게 내려오는 연착륙. 이때 엔은 완만한 강세, 증시는 안도합니다.

나쁜 길은 장기금리는 높은데 경기만 꺾이는 경우. 성장주가 무너지고 자금줄이 마릅니다. 바로 이때, 엔은 안전자산으로 돌변해 급강세하고, 그 급강세가 엔캐리 청산을 불러 시장을 뒤흔듭니다.

같은 '장기금리 하락'이라도, 좋게 오면 축복이고 나쁘게 오면 재앙인 겁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고용 쇼크에도 엔이 안 움직인 건, 단기 기대와 장기금리가 따로 놀았기 때문입니다.

엔의 방향은 연준의 말 한마디가 아니라, 장기금리차가 쥐고 있습니다.

그러니 환율 창과 함께 그 뒤에서 꺾이지 않는 미국 장기금리가, 주식 시장까지 누르고 있는 상황을 봐야 합니다. 


엔이 방향을 트는 날은 장기금리가 꺾이는 날이고, 그건 곧 시장 전체의 방향이 바뀌는 날입니다.